무모한 산행

월악산 국림공원 내 가은산(해발575m)

충북 제천에 청풍호 굽어보고 있으며 여러 모양의 바위로 유명한 ‘가은산’은

이제 개인적으로는 ‘가악(惡)산’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

그토록 유명한 새바위는 「출입금지」 로프를 넘어 만날 수 있었고

절벽과 낭떠러지 밧줄을 잡고 올라야 돌아올 수 있었다

그렇게 7시간 동안 몇 개의 봉오리를 넘었건만

또다시 나타난 가파른 계단

지도상에 우회 등산로는「출입금지」 팻말로 길을 막고 있었다

지침이 극에 달한 우리는 고민 끝에 또한번 출입금지를 넘기로 했다

그것은 큰 실수인 동시에 교훈의 서막이었다

오솔길은 얼마가지 않아 동물길로 변해 있었고

좀 더 내려가니 동물길 마저 없어지고 말았다

90도 가까워지는 경사에 서있기도 힘들었다

더 내려가다 어두워지고 절벽이라도 만나면 큰일~

저 멀리 마을이 보였지만 우리는 뒤돌아 올라가기로 했다

시간은 오후 5시를 훌쩍 넘겼고 겨울이라면 어둠이 내릴 시간이지만

지금이 6월이라는 시간에 감사했다

온 길을 더듬어 더듬어 한시간 만에 원점인 계단 아래로 돌아 왔다

탈진 직전~! 마지막 물 한모금을 마셨다

그래도 출발했던 곳에 돌아오니 몸속 긴장감의 세포는

안도의 한숨이 되어 절로 표출되었다

아찔한 한시간은 앞으로 산행에 크나큰 교훈이 되리라

중학교 시설 도봉산에 갔을 때 바위를 뛰어다니던 나를 보고

지나가는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

“산에서는 바보가 되라” 

오랜세월 탓인지 그 말을 잊고 살은 듯하다

힘들더라 정해진 길을 따라 가고

먹을 것 충분히 준비하고

무엇보다 무모한 산행은 하지 말자

11시간 산행에 어지러워하는 아내를 부축하며

돌아와 마시는 맥주는 생명의 꿀 맛 이었다

2021. 6. 19

제천 가은산에서

– ㅂ ㅕ ㄹ -